너의 심장소리

정원사 엄마와 입양아 그레이스 이야기

저자명 김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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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김설(정담은교회 성도) /  출판사 세움북스 / 작성일 2023-01-15

본문

어떻게 잊을까, 그날을 …

사랑하는 나의 아가, 풀꽃처럼 여린 너를 품에 안으니

가만히 들려오던 포글포글 그 아픈 심장 소리와

투명하리만큼 하얀 두 볼에 퍼져 있던 빠알간 핏줄과

꽃마리의 민낯처럼 푸르스름하던

너의 그 작은 입술을…

“그랬다. 우리는 그날 심장이 아픈 아기를 품기로 마음먹었고, 그 아기는 가장 부모가 필요한 시기를 우리와 함께했다. 큰 수술을 했고 그 뒤에도 여러 수술이 있었다. 그렇게 그레이스는 나의 품에서 일곱 번째 봄을 맞이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상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작품, 그 귀한 그레이스를 부족한 우리 가정에 허락하심을 감사한다.”- 저자 서문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아기를 가슴으로 품은 정원사 엄마의 이야기이다. 책의 첫 장을 펼쳐들면 마치 샛노란 튤립 향기가 날 것만 같다. 꽃 냄새, 풀 냄새, 흙 냄새가 잔뜩 어우러진 커다란 정원에서 사계절을 모두 만끽하고 나온 기분이랄까. 신자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모습이 이 책에 담겨있다. 


식물이나 작물이 원래 자라던 곳에서 재배할 곳으로 옮겨 심어지는 과정을 ‘아주심기’라고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터전을 찾아가게 된다. 새로운 터전에 적응하는 과정은 힘겨울 수도 있지만 뿌리를 잘 내린 뒤에 건강하게 성장하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뿌리를 가진 다른 나무와 합쳐져서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가는 것이 마치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모습같다. 풍성한 열매를 가득 맺지 않아도 좋고, 화려한 꽃을 가득 피우지 않아도 좋다. 그저 심겨진 자리에서 묵묵하게 입히시고 먹이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 은혜다. 


얼굴이 예쁘지 않아서, 심장이 아파서, 다양한 이유로 인해 낳아준 부모로부터 아동복지센터에 맡겨진 아이들도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다를 것이 없다. 굳이 다른 점을 이야기 하자면, 맡아서 양육하는 사람이 바뀌는 과정을 한 번 더 겪을 뿐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좋은 토양을 향해 날아가는 풍매화의 씨앗처럼.. 하나님이 바람으로 후~ 하고 따뜻한 숨결을 한 번 불어주시는 그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과정으로 임신과 출산을 겪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세상에 보내신 생명을 사랑하고 품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날이 갈수록 품는 온도가 올라가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가정이라는 하나님의 품 안에서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 엄마가 되는 것이다. 마치 정원사의 손길 아래 큰 나무와 작은 풀이 함께 자라가듯이. 


튤립과 수선화는 반드시 추위를 겪어내야 봄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고 한다. 혹독한 추위를 견뎌낸 그레이스가 봄날의 햇살같은 가정에 아주심기 되어서 어여쁜 꽃 한 송이가 되었다. 견뎌낸 추위만큼이나 견고한 뿌리를 비옥한 토양에 잘 내린 꽃 한 송이가 더욱 빛나는 꽃으로 만개하길, 그 꽃향기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에 향기롭게 퍼져나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