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기초반

신앙의 기초를 세우는 한 권

저자명 이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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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김돈영 목사(BASE성경교육원 대표) /  출판사 두란노 / 작성일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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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이라고 추천한 곳에 가보면 가끔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재료 본연의 맛은 느껴지지 않고 조미료만 잔뜩 넣은 음식을 만났을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다. 화려한 장식과 자극적인 조미료로 인해 첫맛은 뭔가 그럴듯하지만 계속해서 먹기는 참으로 힘들다. 게다가 조미료가 범벅된 음식이기에 몸에도 좋지 않음은 뻔한 일이다. 혀가 좋아하는 맛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몸을 생각할 것인가 하는 선택이 남는다. 물론 맛과 영양 두 가지를 다 취할 수도 있다. 제대로 만든 음식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몸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혀가 느끼는 맛은 잠시지만 그 음식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오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출하고 다소 투박한 모양에 담백하다 못해 심심한 맛이라 할지라도 신선한 재료의 맛이 살아있고, 각각의 재료가 어우러져 조화로운 맛을 내는 음식이라면 몸을 위해서라도 조금 인내할 필요가 있다. 적응하는 데까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말이다. 맛을 알고 나면 그것이 몸에 좋은 진짜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할 것이라 확신한다.


맛과 영양을 선택해야 하는 일은 비단 음식에서만이 아니다. 책도 그렇다. 이목을 끌고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감동 있는 이야기로 채워졌다 할지라도 재료가 되는 본질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조미료가 가득한 음식과 다를 바 없다. 그리스도인이 읽는 신앙 서적에서는 말이다. 오히려 과장하지 않는 담백한 표현으로 성경이 말하는 바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책이야말로 꼭 읽어야 하는 좋은 책일 것이다. 물론 읽기에도 좋다면 더할 나위 없다.


저자 ‘이규현 목사’의 책 『복음 기초반』이 딱 그런 느낌이다. 일상적이고 수수한 표현과 읽기 쉬운 문장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성경의 내용을 잘 이해하도록 한다. 마치 처음 먹는 음식을 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손님에게 먹는 방법을 하나씩 차근차근 알려주는 듯하다. 따뜻한 언어로 상대를 배려하며 세심하게 이야기하는 선생님 같은 느낌마저 든다.


“성경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전체의 흐름을 설명해 준다면 훨씬 쉽게 성경에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p.15


성경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내용 이해는 차치하더라도 생소한 용어와 어려운 문장이 성경책 한 장을 넘기지 못하게 한다. 저자의 말처럼 대략적인 흐름이라도 설명해 준다면 좋을 텐데 현실은 물어보는 것도, 차근차근 설명을 듣는 것도 쉽지 않다. 


『복음 기초반』은 말 그대로 신앙을 처음 접한 사람이나 오랜 시간 신앙생활을 했으나 성경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복음의 기초 곧 성경의 중요한 흐름을 알려 준다. 창조에서 종말,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이르기까지 용어의 개념과 성경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필 수 있게 한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며 죄가 무엇인지, 예수님과 구원, 성경과 기도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삶 등 신앙의 핵심적인 내용을 열 개의 큰 주제로 나누어서 하나씩 설명하는 형식이다. 신학교에서 배우는 조직신학의 초신자 버전이라고 생각해도 될 만하다.


“우리는 하나님을 닮은 존재, 하나님께서 가장 특별하게 만드신 존재입니다.” p.27


1장에서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며 우리는 하나님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설명한다. 이 관계를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우리의 신앙은 항상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내가 중심이 되는 신앙생활을 하며, 하나님보다도 더 높은 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잘못된 모습으로 사는 것이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기에 죄를 죄로 여기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정립은 신앙에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된다. 성경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하여 2장부터는 죄와 구원,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며 성경의 흐름 안으로 차분하게 안내한다. 


“‘하나님은 왜 선악과를 만드셨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p.49

“‘그렇다면 나도 죄인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p.58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했던 궁금증일 것이다. 이런 질문에 누군가는 해답을 얻었겠지만, 많은 사람은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그냥 신앙생활을 한다.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답을 말하고 설명하면서 신앙의 깊은 곳으로 한 걸음씩 인도한다. 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이것저것 귀찮게 물어도 화내지 않고 차근차근 알려주는 엄마처럼 자상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셨기 때문이다. 


“주님은 의심하고 질문하는 사람을 책망하는 대신에 끝까지 설명하고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p.219


우리는 오직 성경을 외치며 성경이 신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성경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모른 채 예배하고 봉사하는 신앙생활에 안주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신앙인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성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바른 신앙을 위해,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 누구나 한번은 결단하고 도전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복음 기초반』은 참으로 좋은 안내자가 된다. 한 장씩 쉽게 넘기며 읽을 수 있지만, 한 장에는 신앙인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 응축되어 있다. 또한 저자 ‘이규현 목사’의 따뜻함이 묻어있기에 위로와 격려를 얻으며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지금까지 시작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면 『복음 기초반』과 함께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봄날 새싹이 자라듯 우리의 신앙도 자라기를 소망하며 한 권의 책 『복음 기초반』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