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네커 메이어의 개혁파 인생교실

모두를, 그리고 내일을 위한 신앙 자세

저자명 김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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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김설(정담은교회 성도) /  출판사 세움북스 / 작성일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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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나면 그 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 책을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해보자면, "믿음으로 사는 것이 믿음을 지키는 것이다."


2013년에 처음으로 개혁파 신앙을 접하게 되었으니 이제 겨우 11년차 개혁파 신앙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교회를 다닌 것도 아니고 20살을 넘겨서야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기에 다소 늦은 나이에 믿음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개혁파 신앙을 조금 더 깊게 알고 싶은 마음이 컸고, 교회, 가정, 그리고 내 삶을 통해서 어떻게든 그 신앙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싶었지만 현실은 참 암담했다. 개혁교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라면 어려움없이, 안전하게, 그리고 매우 당연하게 개혁파 신앙을 지키면서 살아가겠구나 하는 부러움이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런 사람들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도 알고 싶었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분들을 찾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오히려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오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책이기도 했고, 목회자의 인생을 다룬 책이 아닌 한 성도의 인생을 다룬 책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믿음을 지키기 위한 저항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네덜란드에 사는 팔순의 개혁파 여인의 삶이 지금껏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를 회고하는 이야기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은 좋은 교회에 소속된 나는 앞으로도 믿음의 내용을 잘 지키고 전수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여자’라는 이름으로 신앙을 잘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지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 책이기도 해서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네덜란드 해방파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는 티네커 메이어 선생님의 인생을 회고한 글이다. 겨우 36살밖에 되지 않은 내가 감히 그 분의 인생을 다룬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이 큰 결례를 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개혁파 교회에서의 삶을 꿈꾸는 누군가에게는 이 책의 존재 자체가 자그마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써내려가 본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개인적으로 나누어 보자면 세 개의 파트로도 나눌 수 있겠다. 한 여인의 신앙 안에서의 교육과 성장 이야기, 가정을 이룸으로서 더욱 성숙해지는 신앙, 세상으로 내딛는 신앙의 발걸음 등이다. 


눈에 띄는 것은 남편 빌럼과의 이야기에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다. 그것만 봐도 빌럼이 그녀의 삶과 신앙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고 아내로, 엄마로 성숙해가는데 가장 큰 조력자였음을 눈치챌 수 있다. 신앙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살아간다면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날마다 하나님의 은혜를 구할 수밖에 없고,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 역시 동일한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이기를 소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쉽지 않게 지켜온 신앙이기에 더욱 지켜내고 싶었으리라. 


티네커가 빌럼의 성경을 보았을 때, 그리고 개혁파 청년들의 모임에서 활동하던 빌럼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리고 하나님의 창조와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믿음에 감명을 받아 빠져들게 된 순간은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삶이 ‘성숙’이라는 또 다른 방향으로 인도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무비판적, 무조건적 수용이 아닌 성경을 통해서 쌓아 온 스스로의 판단으로 신앙을 지켜나가는 빌럼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라는 단어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갇히지 않고 똑부러지게 자신의 믿는 바를 고백했으리라 생각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았던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닌 '신앙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자녀 교육도 신앙고백에 따라서 ‘하나님의 전적 은혜’를 늘 중심에 두었고, 죄성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고 지혜롭게 가르친 모습을 보면 신앙고백의 내용을 지식으로만 채워주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녀로, 선택의 순간에도 하나님을 1순위에 두면서 성장하도록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 부모였음을 볼 수 있었다. 


기나긴 삶의 여정을 세세하게 적지는 않았지만 빌럼과 티네커 둘만의 이야기로 남겨두고 싶었으리라 생각하고 나 역시 그것을 존중한다. 빌럼의 죽음에 대해서도 많은 페이지가 할애된다. 한 몸이 되어서 하나의 교회를 이룬 거룩한 연합이었기에 빌럼의 부재가 티네커에게 더욱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빌럼은 그녀를 한 명의 성도로 성숙하는데에도 일조를 했다. 개혁파 성도가 아니면 구원이 없다라는 강력한 믿음을 가진 집단에 속해 있던 그녀의 시야를 넓혀 주고, 다른 성도와의 교제를 통해 삶의 테두리를 확장시켜 주기도 했다. 


또한 이 책은, 개혁파 교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성도의 삶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이 되었고, 부모가 될 준비를 하는 나에게 ‘부모 교육의 주권’이라는 생각을 심어 준 책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개혁파 신앙을 잘 전수하고 싶은 소망이 있기에 성경과 교리, 시편찬송과 교회의 역사에 대해서 잘 교육하고 싶다. 하지만 그 안에만 한정되어서 (혹은 갇혀서) 살아가기를 원하지는 않고, 티네커의 아버지가 어린 시절 받은 교육처럼 다소 폐쇄적으로는 더더욱 하고 싶지 않다. 골수 개혁파 성도는 되겠지만 개혁파 신앙의 내용들로만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다소 무모하게도 느껴지고 당장 내일도 어찌 바뀔지 모르는 세상에서 자녀가 굉장한 괴리감을 느낄 것 같다. 세상을 향해 경계심을 가진 채로 살기 보다는 성도라는 이름으로, 하나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첫 걸음을 지혜롭게 내딛게끔 하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 ‘공공신학’이라는 책을 펼쳐 들기도 했지만, 그전에 티네커를 통해서 해방파 교회 교육의 명과 암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하기도 했다. 


종교가 다른 이들 조차도 존중하고 섬기는 티네커의 모습은 세상을 향해 갖추어야 할 성도의 바람직한 자세를 제시한다. 심지어 그녀의 인생에서 겪은 어려움들은 그녀를 슬픔에 옭아매기 보다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섬기는 통로가 되었다. 나는 티네커의 이 자세를 ‘모두를, 그리고 내일을 위한 신앙’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에 우리의 것이 교회 밖에 있는 것들과 어떻게 발맞추어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어디로 교회가 나아가야 할지,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엇을 배울지 그런 것들을 많이 생각해. 교회는 항상 이런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단다.”라는 티네커의 말이 인상 깊었다. 즉, 현재의 옷을 입고 예수 그리스도를 이야기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성도여야 한다. 


나는 이 책의 후반부에서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공공신학’의 정의를 보았다. 나의 삶, 교회, 가정에서만 좋은 성도가 되기보다는 예수님의 사랑을 받고, 그 사랑으로 살아가면서 세상을 향해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자세를 그녀의 삶의 여정을 통해 배웠다. “모두가 같이 걸어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그녀의 선택은 언어 선생님이었다. 조심스럽게 변화를 위해 내딛는 그녀의 발걸음은 어린 시절 해방파 내에서만 한정된 교제에 대한 아쉬움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하고, 멀리서나마 그 발걸음을 응원하고 싶다. 오롯이 그녀만이 할 수 있는, 그녀만의 열매가 지금도 네덜란드에서 맺히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