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영성

신앙과 일의 관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저자명 Tim K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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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김돈영 목사(BASE성경교육원 대표) /  출판사 두란 / 작성일 20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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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와 봉사는 물론이고 교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자진하여 동참하며 청년 시절을 보냈다. 시간은 흘러 내게도 피할 수 없는 일을 맞닥뜨릴 때가 됐다. 바로 직장을 선택하고 매일 출근해야 하는 사회인이 되는 일이다. 그동안은 학교와 교회에 오가며 열심히 생활했지만, 사회는 분명 다른 모습이기에 두렵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 ‘온실에서 나와 들판에서 홀로 바람을 맞는 느낌’, 첫 출근을 하던 날 들었던 마음이 딱 그랬다. 아무런 보호막이 없는 들판에 혼자 남겨진 느낌 말이다. 회식 자리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며, 어떻게 일하는 게 그리스도인다운 것이며, 회사에서 복음을 전하는 모습은 또 어떤 것인지 그저 모든 게 막막하기만 했다. 한마디로 교회를 벗어난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몰랐던 것이었다.


“인간의 일이란 단순한 밥벌이가 아니라 소명이라는 관념을 회복하는 것” p.21


‘팀 켈러의 일과 영성’의 저자 ‘팀 켈러’ 목사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나 내가 원하는 목표, 자아실현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소명’이라는 부르심으로 접근해야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것은 저자 개인의 이론이나 주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루터와 칼뱅을 비롯한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했던 이야기고, 그 이야기는 성경을 근거로 말하는 것이다. 


“노동의 목적은 하나님을 높이고 인류를 번성케 하는 문화를 창출하는 데 있다. 크리스천은 이웃을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기독교 신앙은 인간의 본성과 인류를 번성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가르침을 준다. 무슨 일이든지 반드시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의 뜻에 충실한 노동은 기독교 ‘세계관’을 좇아야 한다는 뜻이다.” p.24


저자는 창세기 1장 26절과 27절을 중심으로 그리스도인에게 일의 의미란 무엇인지 말하고, 일에는 귀천이 없다는 점을 설명한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사람은 관리자로서 다스리고 운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가르치고, 연구하고, 첨단 장비를 만들지만, 누군가는 단순하고 몸을 쓰는 노동일을 한다. 모든 일은 하나님이 만든 세상을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기에 그 어느 것도 하찮지 않다는 말이다. 아니 우리가 귀하거나 귀하지 않은 일이라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준이 아니라 하나님의 기준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노동보다 지식 산업을 더 귀하게 여긴다. 몸을 쓰는 일보다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더 귀한 일로 여기는 것이다. 곧 하나님의 기준을 깨고 우리 눈에 좋아 보이는 것만을 귀하게 여긴다는 말이다. 


아담이 지은 원죄가 단지 에덴에서 쫓겨나는 결과만 가져온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의 질서를 깨뜨린 결과를 함께 가져왔고, ‘기독교 세계관’이 깨졌기에 하나님의 기준이 아닌 사람의 기준으로 일에 접근한다. 일에 귀천을 따진다는 말이다. 또한 일 자체에 목적을 두고 일에만 빠져 사는 사람, 급여와 근무 환경에 따라 쉽게 이직하는 사람, 자기가 원하는 것만 고집하는 사람 등 모두가 기독교 세계관을 잃어버린 모습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이 계시고 주님이 고쳐 주실 미래의 새 세상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그걸 부분적으로나마 다른 이들에게 보여 주는 작업이다. 기껏해야 눈곱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그 나라를 실현해 가는 일이다. 지금 저마다 추구하는 온전한 나무는 장차 반드시 열매를 맺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마음에 새긴다면 평생 나뭇잎 한두 장 그리는 데 그친다 하더라도 낙심하지 않으며, 만족스럽고 기쁘게 일할 것이다. 성공에 도취되어 으스대거나 이런저런 차질에 흔들릴 까닭도 없다.” p.36


저자는 ‘톨킨’의 단편소설 ‘니글의 이파리’를 소개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하나님이 완전하게 하실 새 세상의 일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라 한다. 하나님이 맡기신 일임을 인식하고 감사와 기쁨으로 행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결과는 하나님이 완성하실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는 욕심과 내 뜻대로 안 될 때 느끼는 실망이 아닌 모든 순간에 하나님을 의지해야 한다는 점을 말한다. 


사회초년생 시절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답을 찾지 못해 그저 막막하기만 했던 시절, 사실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 하는 ‘세계관’이 없었다. 그것이 없었기에 사회에 먼저 나간 선배들에게 묻기 바빴다. 회식 자리의 행동 요령, 업무시간 행동 요령, 비그리스도인과 만날 때 행동 요령 등 그저 암기과목처럼 단순하고 정형화된 답을 찾아 헤맸었다. 그것이 없었기에 막막했었다. 아마도 많은 그리스도인이 비슷한 고민을 했거나 현재 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다운 바른 삶인가?’ 고민하고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공식처럼 모든 경우를 답해줄 수 없다. 사람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고, 사건이 다르기에, 유기적이고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에 자기에게 정확한 기준이 없다면 막막한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팀 켈러의 일과 영성’은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바른 기준을 제시한다. 내가 처한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한다. 성경이 무엇을 말씀하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렇기에 세상에서 바른 신앙을 가진 하나님의 자녀로 살고자 힘쓰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다시 한번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