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손 X-파일

혼돈의 시대, 정체성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저자명 이홍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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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김설(정담은교회 성도) /  출판사 세움북스 / 작성일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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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손 X파일이라니, 뭔가 비밀을 파헤치는 느낌이다. 나름 성경에서 삼손이 등장하는 부분은 다 읽었고, 설교로도 많이 들어봤는데 내가 미처 모르던 비밀들이 있던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보니 X파일이 맞았다. 나의 눈, 사람의 눈으로만 봤으면 음 그랬구나? 삼손이 그렇게 살았지 … 하고 끝냈을 이야기들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보았다. 삼손의 출생부터 최후까지를 하나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다룬 책이 바로 ‘삼손 X파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체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 속에서의 나는 다양한 모습일 수 있지만, 그 어떤 모습들보다도 그리스도인, 성도라는 정체성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가치임을 되새기게 되었다. 나실인으로 태어난 삼손은 태어나기 전부터 죽는 날까지 나실인으로 살도록 보냄을 받았지만, 결국 나실인의 상징(?)인 머리털이 밀린 채로, 심지어 앞도 보지 못하는 채로 살아야만 하는 절망적인 신세가 되어버렸다. 물론 머리털이 다시 자라면서 다시 나실인으로 회복이 되지만, 어쩌면 삼손에게는 머리털이 잘린 순간이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노력을 의지하던 것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겨야만 함을 처절하게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하루하루를 살아감을 믿고, 하나님이 내 인생에서 멀어짐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두려워지는 존재가 바로 우리 성도된 자들임을 깨닫게 되었다. 


구약을 다루는 책이 구약에서만 머무르면 뭔가 뚝 끊기는 아쉬운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 구약과 신약을 오가면서 쓰여지는 책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성경을 보는 눈을 더 폭넓은 시야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인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삼손의 인생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기대하셨던 바를 신약의 예수그리스도를 인용하여 서술해나감으로 깊은 이해를 도와줘서 참 감사했다. 삼손만 바라보면 아주 완벽한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기에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아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 힘들지만, 완전한 하나님이자 완전한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인용됨으로써 어두운 곳에 빛이 되는 존재로, 세상의 참된 빛으로 살아가도록 애를 써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고난이 고난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나는 기회가 되면 더할 나위 없는 큰 은혜이다. 삼손 역시 감옥에 갇혀 맷돌만 돌리는 신세가 되었을 때, 비록 육체의 눈은 멀었지만 믿음의 눈을 통해 하나님을 볼 수 있게 되는 은혜를 경험했다. 세상은 실패하면 거기서 끝이라고 하지만, 하나님은 일하심은 끝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하나님께서는 나실인으로의 정체성을 잃고 제 뜻대로 살기 바빴던 삼손을 놓지 않으시고, 심지어 그의 실패마저도 사용하셔서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일하셨다. 삼손이 그의 인생의 끝이라 여겨지던 때에야 비로소 믿음의 눈으로 하나님을 보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삼손 X파일’의 진짜 주인공은 하나님이시다. 제목에 이런 비밀이 숨겨졌음에 놀랍고, 성경을 보는 올바른 렌즈를 낀 느낌이다. 삼손의 출생 전부터 일하셨던 하나님은 그의 인생 전체에 한번도 개입하지 않으셨던 순간이 없다. 삼손의 뜻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심 조차도 그의 개입의 한 형태이다. 결국 모든 것이 합력해서 선이 되도록 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일하심이 바로 이 X파일이라는 제목에 숨겨진 의미이다. 


성경 인물의 일대기를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 본 <X파일 시리즈>가 계속 출간되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경 인물들을 사람의 눈으로만 본다면 특정한 사건 하나로 오해하기도 쉽고, 짚고 넘어가야 할 바를 놓치기 쉽다. 이렇게 하나님의 관점에서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 출간된다면 성경을 올바르게 읽는 것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