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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터치 & 큐티

와플 QT_등반가와 순례자
2021-11-27

주말칼럼_등반가와 순례자

 

성서에 보면 예수님이 3번 우셨다는 기록이 있지만, 웃으셨다는 기록은 없더군요. 죄를 지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온 이 유배의 땅은 눈물의 바다인지도 모르겠네요. ‘인간은 슬프려고 태어났다’라는 어느 시인의 시구도 생각나네요.


그런데 스스로 고난을 택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얼마 전 히말라야를 등정하고 하산하다 사망한 한 장애인 등반가가 회자되더군요. 그 험한 산을 오르자면 엄청난 생명 위험, 물질, 세월, 때로는 가족과의 단절까지 희생될 뿐,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길이라지요. 더군다나 그 등반가는 이미 사고로 열 손가락을 모두 잃은 상태였지만, 그 손으로 로프를 잡고 오르다 또 사고를 당했더군요. 도대체 무엇이 그를 산으로 불렀을까요? 등반의 이유를 “산이 저기 있으니 오른다”라고 대답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갑자기 천국을 향해 가는 순례자들이 떠오릅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힘겨운 십자가를 등에 지고 남이 가지 않는 외로운 산정을 묵묵히 오르는 그 무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네요. “저기 천국이 있으니 오릅니다.”


킬리만자로 산정을 오르다가 굶어 죽은 표범이 있었습니다. 오르는 도중 여러 동물의 사체가 있었지만, 표범은 썩은 것은 먹지 않는 속성으로 굶어 죽은 것이지요. 


오늘도 썩은 세상을 탐하지 않고 천국 산정을 오르는 외로운 표범 같은 순례자들에게 손바닥 아프게 박수를 보냅니다.





작성자 : 이창훈 목사(목양침례교회, 작가)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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