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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석양이 더욱 찬란하게 비친 날
by Trevin Wax2023-06-02

기리며: 팀 켈러(1950-2023)

광대한 산맥, 광활한 바다, 넓게 펼쳐진 평야와 농지, 그 어디든 해가 지는 광경을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요소가 하나 있다. 느림과 속도이다. 불덩이가 지평선 위로 내려오는 속도가 처음에는 느리기 이를 데 없다. 아주 천천히 하늘과 땅에 온갖 색과 그림자를 드리우지만 일단 지구 가장자리에 도달하면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 놀랍기만 하다. 천천히, 그러다가 빠르게. 빛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공기에는 냉기가 들기 시작한다.


그 전날 저녁, 켈러가 곧 육체적으로는 루스벨트 섬으로, 그러나 영적으로는 그의 영원한 상급을 받으러 본향으로 갈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나는 사무실에서 잠시 기도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태양 빛이 내 책장 팀 켈러 장서를 비췄다. 내 영혼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각인을 남긴 그가 전한 말씀이다. 


오늘 아침 팀 켈러가 삼 년의 췌장암 투병 끝에 돌아갔다. 거대한 빛이 지평선 너머로 미끄러져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주 오랫동안 진행된 노을인데도 너무나 갑작스럽게만 느껴진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해와 비교하는 나를 향해서, 의심할 여지 없이 켈러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어리둥절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내가 아는 그는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 속에 미소를 담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의 저서와 글에서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역사에는 분명히 주인공이 있지만 우리 중 그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역사의 중심은 하나님이시오, 예수님이 우리 믿음의 주인공이자 또 온전하게 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이다. 켈러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알고 살아간 사람이 아니다. 그의 삶은 그가 언제나 예배하는 구주에 관한 것이었고 구원이 필요한 잃어버린 세상을 그분에게 인도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는 실로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예수님을 꼭 닮은 사람이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그의 죽음은 마치 빛이 꺼져버린 것과 같은 상실감을 준다. 


내게 수년에 걸친 켈러의 심오한 영향은 처음에는 그의 글을 통해서, 나중에는 이따금 주고받는 서신을 통해서, 그리고 만남과 독서 제안을 통해서 이뤄졌다. 지난 칠 년 동안 켈러는 내 독서의 많은 부분을 이끌었다. (내 책더미에는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이 있는데, 켈러가 추천한 책 중에서 아직 읽지 않은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이다.) 켈러는 조언해 주었고, 특정 방향을 알려주었으며, 막다른 길에 대한 경고를 했다. 그리고 내가 작업하고 있는 일부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였다.


켈러의 글과 사역은 내게 닻이 되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평온함을 발산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결코 드라마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안달하지 않는 존재’의 전형이었고, 다양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과도 얼마든지 존경과 친절로 교류할 수 있는, 신앙에 깊이 뿌리를 박은 깊은 안정감의 소유자였다. 그는 또한 교회의 미래와 온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올해 초 그와 함께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그는 ‘너는 분명히 나보다 더 오래 살면서 교회의 갱신도 목격할 거잖아’라며 나를 짓궂게 놀렸다.)


켈러가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몇몇 친구에게 팀 켈러가 없는 복음주의는 상상만 해도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세대에는 영웅, 잘 섬기는 사람이 필요하다. 각종 실패와 결점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와 그의 백성에게 신실함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켈러가 내게는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오늘 나는 그가 믿음의 선한 경주를 마친 것에 감사한다. 해는 비록 졌지만, 지금 켈러는 궁극의 분, 밝은 새벽 별 앞에 서 있다(계 22:16).


“나는 이제 말하지 않겠다. 울지 마라. 비록 모든 눈물이 악한 것은 아니니까.” 회색 항구로 떠날 준비를 하는 프로도에게 간달프가 한 말이다. 오늘 나는 이런 좋은 눈물을 몇 번이나 흘렸다.


우리에게 오늘은 마치 샘이 그의 사랑하는 친구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과 같다. “저녁이 깊어지며 어둠이 내렸다. … 샘의 눈에는 곧 사라진 서쪽 바다 위 그림자만 보인다. … 해변에서는 파도의 한숨과 중얼거림만 들렸다.” 그러나 켈러가 지금 목격하는 건 프로도와 비슷할 것이다. “프로도는 공기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물 위로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다. … 회색 비 커튼이 모두 다 은색 유리로 바뀌고 뒤로 젖혀지자 하얀 해안을 보았다. 그리고 그 너머로 빠른 일출 아래 멀리 푸른 나라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켈러에게 안녕이라고 작별을 고하지만, 주님과 천사들은 그에게 지금 환영한다고 인사하고 있을 것이다. 



원제: Tim Keller into the Sunset(1950-2023)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번역: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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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Trevin Wax

트레빈 왁스는 LifeWay Christian Resources의 신학과 커뮤니케이션학과의 부학장이며 Wheaton College의 외래 교수이고, The Gospel Project의 편집자이다. '디스 이즈 아워 타임', '일그러진 복음', '우리시대의 6가지 우상', 'Gospel Centered Teaching'을 다수의 책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