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 대회는 ‘이벤트’가 아닙니다

대회와 대회 사이에 ‘운동’이 있습니다

by 문대원2024-02-07

로잔 운동을 알고 싶다

2024 서울 로잔대회를 앞두고, 로잔 운동의 젊은 지도자 문대원 목사가 로잔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 역사적 복음주의 운동의 ABC를 앞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드립니다.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대규모 국제 선교대회의 시의성과 필요성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 세계 200여 국가에서 5,000명이나 되는 선교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15-20년마다 열리는 로잔 대회(Lausanne Congress)를 일종의 국제 이벤트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로잔 운동의 의의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선교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이라면 선교의 범위가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다들 인정할 것입니다. 일례로, 아프리카 부룬디 선교사로 사역했던 필자는 미국 단체가 설립한 국제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역을 섬겼습니다. 캠퍼스에서 대학생을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사역이라고 생각하며 부룬디로 떠났지만, 현지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아와 임산부를 위한 사역, 낙후 지역 식수 개선 사업, 현지 교회 건축 사역 등 다양한 사역을 섬기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필요가 있는 선교지에서 순전히 영적인 사역만을 감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과 더불어, 취약 계층을 돌보는 사역, 다음 세대를 가르치는 사역, 병자를 치료하는 사역 등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복음 전도와 사회 책임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사역은 선교에 있어서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선교 현장에서 가장 의미 없는 질문은 “복음이 먼저인가, 빵이 먼저인가?”입니다. 복음과 빵 모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선교의 범위가 광대하고 선교지의 필요는 다양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선교 사역을 위한 연합과 협력은 필수입니다. ‘근대 선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윌리엄 캐리(William Carey)는 1792년에 출간된 그의 책 ‘이교도 개종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의무에 관한 연구’에서 대륙별로 세계 선교 현황을 제시하며, 전 세계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이 모여서 선교 현황과 전략을 논의하는 국제 선교대회를 제안했습니다. 그는 1810년에 이러한 선교대회가 열리기를 희망했는데, 그의 제안은 그로부터 100년 후인 1910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이루어졌습니다. 


1910년 에든버러 선교대회(World Missionary Conference)가 개신교 최초의 국제 선교대회는 아니었습니다. 1888년 런던 선교대회(Centenary Missionary Conference)와 1900년 뉴욕 선교대회(Ecumenical Missionary Conference)가 있었지만, 에든버러 대회는 이전 대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선교회(총 160개)가 참여했습니다. 에든버러 대회에 참석한 1,200명의 대표단은 각각의 선교회에서 선정했는데, 이는 세계 교단의 기구적 연합이 아니라 실제 선교사들의 협력 사역을 꿈꾸었던 의장 존 모트(John Mott)의 비전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에든버러 선교대회에는 총 8개의 위원회가 있었습니다. (1) 비기독교 세계에서의 복음 전파, (2)현지 교회와 현지 지도자, (3) 그리스도인의 삶과 교육, (4) 타종교에 대한 선교적 메시지, (5) 선교사 준비, (6) 선교회 본부, (7) 선교와 정부의 관계, (8) 연합을 위한 노력. 에든버러 대회 이후에도 활발하게 사역을 이어간 8개의 위원회는 선교 역사에서 ‘위대한 세기’(The Great Century)라고 불리는 19세기를 지나온 당시 선교 지도자들이 세계 복음화에 대한 어떤 비전과 전략을 품고 있었는지 보여줍니다.


‘이 세대 안에 세계의 복음화’(Evangelization of the World in This Generation)라는 담대한 비전을 선포한 에든버러 선교대회는 국가와 교단을 넘어선 새로운 기독교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미리 보여주었습니다. 영국 성공회교회, 독일 루터교회, 네덜란드 개혁교회 같은 국교회(state church) 개념이 지배적이었던 기독교 왕국(Christendom) 시대에서 국가를 넘어선 세계 기독교(World Christianity) 시대로의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에든버러에 모인 선교 지도자들은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 1920년 창설)이나 국제연합(United Nations, 1945년 창설)보다 훨씬 전에 전 세계가 하나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주창했습니다. 


보스턴 대학의 데이나 로버트(Dana Robert) 교수는 “세계 복음화를 위해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했던 선교사들이 에든버러 선교대회를 통해서 국제화(internationalism)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해 전 세계가 가까이 연결되어 있고, 세계 복음화를 위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선교 사역의 이해와 접근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서구 교회와 현지 교회가 상호 존중 가운데 동반자 관계를 세워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도 이러한 배경이었습니다.


로잔 대회는 15-20년마다 열리는 국제 이벤트가 아닙니다. 앞선 대회와 다음 대회 사이에 100회가 넘는 다양한 규모의 국제 포럼과 협의회(consultation)가 열리는데, 12개의 권역(regions)과 27개의 이슈 네트워크(issue networks)로 변화하는 상황에 맞는 새로운 선교 전략과 신학적 성찰이 공유되었습니다. 교회개척, 성경번역, 도시선교, 디아스포라, 비즈니스, 어린이, 장애인, 사회정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선교 협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온 세계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게 될 그날까지 함께 기도하며 헌신하는 이들의 자발적인 연합체가 로잔 운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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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문대원

문대원 목사는 미국 고든콘웰 신학교(M.Div.)와 보스턴 대학교(Ph.D.)를 졸업했으며, 현재 대구동신교회 담임목사, 국제로잔이사, 한국로잔이사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세계선교학회 학술서 African Initiative and Inspiration in the East African Revival (Brill, 2022)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