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ck

사이트 내 전체검색

tgck

검색버튼
사이트 내 전체검색
Articles
homeHome Articles 신학 구약성경

미리암을 재평가할 수 있을까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by 배경락  /  작성일 2020-03-25

본문

Photo by Tanya Trofymchuk on Unsplash

장면 3. 모세에 맞서는 미리암


홍해의 기적을 맛본 우리는 함께 기뻐 춤추며 노래하였습니다. 이제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으로 가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홍해의 기적을 경험한 우리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습니다. 광야 생활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광야에서 뜨거운 모래바람이 불어오면 앞으로 나아가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눈을 뜰 수가 없어 우리는 바람을 등지고 뒷걸음치며 걸어야 했습니다. 바람이 불 땐 눈, 코, 입으로 모래가 들어와 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불평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무도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행군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굽에서 가지고 나온 식량도 바닥을 보이자 다들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애굽에서 노예 생활하면서 웬만한 고생은 다 해보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백성이 먹을 것을 요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모세는 그들을 위하여 하나님께 기도하였고, 하나님은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은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사실 60만 명을 이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세, 아론, 저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미 애굽의 제국주의를 경험하였습니다. 한 사람이 독재하면 백성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평화와 평등으로 가득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였습니다.


우리는 백성의 장로 70인을 불러서 그들에게도 리더십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도 이 일을 기뻐하셔서 70인 장로에게도 하나님의 영을 부어주었습니다. 그러자 칠십 명의 장로도 모두 예언하였습니다(민 11:24-25). 심지어 함께 있지 않은 엘닷과 메닷도 여호와의 영이 임하여 예언하였습니다(민 11:26). 이제 하나님의 나라는 독재하는 전제국가가 아닙니다.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요, 백성이 함께 마음을 모아서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후일 이스라엘이 12지파 연합 공동체가 된 것도 어떻게 해서든 제국주의만큼은 피하자는 뜻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새로운 질서,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국가를 향하여 나아갈 것입니다.1)


이때 모세를 섬기는 여호수아는 강력히 반발하였습니다. 그는 모세를 중심으로 하나 되기를 원했습니다.


“나의 주인 모세여! 저들을 말리셔야 합니다!”(민 11:28, 메시지성경)
그때 지혜로운 모세는 대답하였지요.
“네가 나를 위해 시기하는 것이냐? 나는 하나님의 백성이 다 예언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나님께서 모든 백성에게 그분의 영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민 11:29, 메시지 성경)


모세와 아론과 저는 이스라엘이 만들어가야 할 나라에 대해 마음을 같이 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속에 한 가지 걱정이 있었습니다. 일인이 지도하는 체제를 주장하는 여호수아와 구스 여인 십보라가 모세 곁에 항상 있었기 때문입니다.2)


십보라의 아버지이자 미디안 족속의 족장인 이드로가 방문했을 때, 그는 애굽의 정치제도와 흡사한 계급제도를 만들라고 모세에게 권면하였습니다. 그는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 제도를 소개했습니다(출 18:24-25). 그건 명백히 계급제도(hierarchy)입니다. 십보라와 여호수아는 이스라엘도 애굽처럼 계급제도를 만들어서 일인이 지도하는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계속하여 설득했습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세워갈 나라의 방향성과는 반대입니다.


아론과 저와 70인 장로는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제일 연장자이고 모세의 누나인 저에게 대표가 되어 모세에게 말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래도 모세는 누나를 존경하고 잘 따르니까 그렇게 하라는 거였지요. 저는 모세의 리더십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분명히 하고 싶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제가 나아가 모세에게 말하였습니다.


“구스 여인 십보라와 여호수아가 뒤에서 일인 지도체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저희가 알고 있습니다. 만일 이스라엘이 계급제도를 갖춘다면 그건 애굽과 똑같아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애굽에서 나온 이유는 애굽과 다른 나라, 평화의 나라, 하나님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도 이미 70인의 장로에게 하나님의 영을 부어주셔서 예언하게 하신 일을 기억하십시요.”3)


모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하는 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은 달랐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와 아론, 그리고 저를 따로 불러내어 말씀하셨습니다.


“모세는 다른 지도자들과 분명히 다른 영적 지도자이다. 그러므로 너희 두 사람은 모세를 잘 받들어 이스라엘을 다스려 나가야 할 것이다”


저는 하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도 모세의 지도력을 부인하거나 시기하려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의 장래를 걱정하였던 것입니다.4)


불행한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습니다. 여러분이 아실지 모르겠지만, 고대에는 피부병이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진영에 피부병이 한 번 돌면 많은 사람이 자가 격리를 하며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환자를 돕는 일은 온전히 여자들의 몫이었습니다. 저는 광야로 들어선 이후로 많은 환자를 만나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며 치료하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저는 제가 피부병에 전염되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하필 그즈음 저에게 피부병이 생겼습니다.5)


제가 걸린 피부병은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잠시나마 모세, 아론, 제가 갈등과 불화한 것처럼 보였지만, 저의 피부병 덕분에 세 명은 다시 화목하게 되었습니다. 아론은 모세에게, 모세는 하나님에게 제 피부병이 낫기를 간절히 구하였지요. 저는 율법이 정한 대로 진영 밖에서 일주일간 자가 격리하며 지냈지만, 하나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때마다 천막 앞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도움의 손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장로와 백성은 제가 치료받기까지 한 명도 행진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6) 제가 완치되어 다시 진영으로 돌아올 때 백성은 크게 기뻐하며 저를 반겨 맞이하였습니다.


장면 4. 미리암의 죽음과 그 후


저의 죽음은 민수기 20장 1절에 짤막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 법입니다. 하지만 저를 비방하는 사람은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오더군요. 대부분 남성 구약학자들이었습니다. 제가 모세를 시기하고 질투하다가 명예욕에 사로잡혀 모세를 비방한 것이라고요. 90이 넘어 죽을 날이 가까운 제가 무슨 권력을 탐하였길래 그렇게 해석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많은 사람이 저를 오해하고 욕하는 것을 알지만, 저는 섭섭하지 않습니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멸시와 천대를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저의 소망은 오직 하나님께서 저를 알아주시고 인정해 주시기를 소망할 따름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저의 마음을 아시고 이스라엘의 족보를 이야기할 때마다 제 이름을 빼놓지 않고 꼭 넣어주시더군요. 민수기 26장 59절과 역대상 6장 3절이 대표적인 구절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것도 모자라 미가 선지자를 통하여 저의 명예를 완전히 회복해 주셨습니다. 제가 죽은 지 몇백 년이 지났지만, 하나님은 저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말씀은 이러합니다.


“내가 너를 애굽 땅에서 인도해 내어 종노릇하는 집에서 속량하였고 모세와 아론과 미리암을 네 앞에 보냈느니라”(미 6:4).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낼 때 세 명의 공동 지도자(co-leader)를 세우셨다는 말씀입니다. 제가 맡았던 역할을 자세히 기록하진 않았지만, 괜찮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를 선지자로 인정하셨고(출 15:20) 백성을 이끌어 하나님을 찬양하게 했던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비록 이스라엘이 제가 꿈꾸었던 평화와 평등의 나라가 되지는 못했지만,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셔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시고 완성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믿는 여러분 모두를 기다릴 것입니다. 그럼 하나님 나라에서 뵐 때까지 주 안에서 승리하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___________

1) 최종원은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개념은 예언 현상을 통하여 새롭게 정의된다. 예언자적 권위가 특정인에게 전달되고 모든 일반 백성에게로 확장된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상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은 요엘서의 예언자적 사고와 비교될 수 있다.”“이 사고는 일반적으로 ‘평민 공동체’ (Laien -Gemeinde)를 지향하는 신명기 신학의 배경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최종원, ‘소위 “불평”이야기의 문맥 안에 있는 예언자적 현상에 관한 연구’, 구약논단 제22권 3호 통권 61집, 105-136, p111-112)


2) 구스 여인이 에티오피아 여인이었는지, 아니면 십보라를 지칭한 말인지 분명하지 않다. 모세가 80이 넘은 나이에 새롭게 젊은 구스 여자와 결혼했다는 것은 정황상 맞지 않다. 오히려 하박국 선지자는 미디안과 구스를 같은 지역으로 보고 예언을 한다(합 3:7). 이로 구스 여인을 십보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3) 유진 피터슨은 중립적인 견해로 이 본문을 해석하였다. “(모세가 아내로 맞아들인) 구스 여인 때문에 미리암과 아론이 뒤에서 모세를 비방했다. 그들이 말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서만 말씀하시느냐? 우리를 통해서도 말씀하시지 않느냐?” 하나님께서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셨다.”(민 12:1-2)


4) 왕대일은 민수기 11장에서 지도력을 분배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민수기 12장 1,2을 해석해야 한다고 하였다(왕대일, ‘대한기독교서회 창립 100주년 기념 성서주석 민수기’, 서울 : 대한기독교서회, 2007년, p309).


5) 피부병의 특성은 체내에 세균이 들어간 후 당장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적어도 한 달부터 3달까지의 잠복 기간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리암의 피부병은 환자들을 대하며 치료하다 옮긴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정숙자, ‘출애굽 이야기에 나타난 여성폭력 극복’, 한국 여성신학 제58호, 2004.10, 64-72 p70).


6) “이에 미리암이 진영 밖에 이레 동안 갇혀 있었고, 백성은 그를 다시 들어오게 하기까지 행진하지 아니하다가”(민 12:15)

작가 배경락

배경락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필리핀 선교사와 서북교회 담임목사,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강사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미국 로고스교회 협동 목사와 기독교인문학연구소 소장으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곧게 난 길은 하나도 없더라’, ‘성경 속 왕조실록’, ‘성경 속 노마드’, ‘사랑의 9가지 습관(공저)’ 등이 있다.

최근 구약성경 관련 글

억울한 죽음? 어리석은 죽음?

by 김돈영 / 2020-03-2120-03-21

미리암의 인생과 노래

by 배경락 / 2020-03-1820-03-18

하나님께서 사울이 죄 짓도록 하셨을까?

by Richard McDonald / 2020-02-1920-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