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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 재커라이어스, 삶으로 변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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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고상섭  /  작성일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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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facebook.com/ravizacharias/

2020년 5월 19일, 기독교 변증가로 알려진 라비 재커라이어스가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그의 나이 74세였고 올해 2월 척추 수술을 받은 뒤에 뼈에 악성 종양이 발견되어 치료를 받다가 미국 애틀랜타 자택에서 마지막을 준비했다. ‘라비재커라이어스국제사역센터’(RZIM: Ravi Zachharias International Ministry)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변증했던 그의 모습도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를 추모하며 라비 재커라이어스의 삶과 그의 변증을 기억하고 싶다.


1.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누구인가?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1946년 인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인생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17세 때 학교에 가지 않고 거짓말을 하다가 아버지로부터 심하게 매를 맞고 더욱 인생의 외로움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렇게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어느 날 화장터를 지나가게 된다. 화장터 옆에 있던 힌두교 사제에게 재커라이어스는 이렇게 물었다. “방금 잿더미로 변해버린 사람은 어디에 있습니까?” 힌두교 사제는 “젊은이, 그 질문은 평생에 던져야 할 질문이면서 동시에 결코 분명한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이라네.”라고 대답했고 그 대답은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사제가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 이것뿐이라면, 도대체 나 같은 초보자에게 무슨 희망이 있단 말인가?”


결국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한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자살 시도는 실패했지만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고, 그 병원에서 성경을 한 권 얻어서 읽게 되었다. 그때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구절이 있었는데 그것은 요한복음 14장 19절이었다.


“이는 내가 살아 있고 너희도 살아 있겠음이라”(요 14:19)


그 말씀에 은혜를 받아 그는 인생을 예수님께 드리기로 작정했고, 병원에서 퇴원했을 때 새사람이 되어 있었다. 자신을 건져주신 예수님을 위해 살고 싶었고 새로운 마음을 주신 그분을 위해 공부하고 섬기고 싶었다. 그는 하나님을 알기 위한 배움의 열정으로 공부의 가치에 대해 깨달아가며, 다양한 사상가들의 생각과 삶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언젠가 책은 한때 자신에게 저주였지만 예수님을 만난 후로는 금광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 후, 스무 살 되던 해에 캐나다로 이주했고 트리니티국제대학교와 휴스턴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학위를 받아 기독교 변증가가 되어 자신과 같이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증거하는 사역자가 되었다.


그렇게 예수님을 영접한 지 30년이 되어 갈 무렵 인도를 방문했을 때 할머니의 무덤을 수소문한 끝에 찾게 되었는데, 그 묘비명에 “이는 내가 살아있고 너희도 살아 있겠음이라”는 요한복음 14장 19절의 말씀을 발견하고는 전율을 느꼈다. 왜냐하면 자신을 하나님께로 인도한 말씀이 그 구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를 향한 하나님의 구원이 만세 전에 예비되었음을 확신하며, 자신처럼 인생의 의미를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 생애를 바치겠노라고 다짐하게 되었다.


2. 라비 재커라이어스 변증의 특징


①  생각하게 하고, 믿게 하라


“생각하는 사람을 믿을 수 있도록 돕고, 믿는 사람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RZIM의 표어다. 그 표어대로 재커라이어스의 변증은 무신론자들의 질문에서 스스로의 모순을 발견하게 한다. 그는 특별히 세 가지 논증의 과정을 거치는데 논리적 일관성, 실증적 적합성, 그리고 경험적 타당성이라는 구조를 통해 변증한다. 세상의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이기에 합리적인 하나님을 반영할 수 있는 논리적 일관성과 그것을 실증할 수 있는 적합성 그리고 삶으로 연결해서 살아내는 경험적 타당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진리가 아닌 사람의 생각과 신념은 이 세 가지 필터를 통과하지 못하고 결국 모순을 드러내게 된다.


그래서 라비 재커라이어스의 변증은 일반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신념을 실증할 수 없는 것으로, 또 경험적으로 타당하지 못한 것으로 들추어 냄으로써 참된 길로 인도한다. 그는 G. K. 체스터턴의 말을 인용하여 “절망은 고통에 찌들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기쁨에 싫증이 나서 찾아온다.”라고 말하면서 인생의 무의미는 고난 때문이 아니라 쾌락 때문에 온다고 설명한다. 경험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면 기분이 좋지만 그 쾌락이 지속적으로 극대화 될 수는 없기에, 쾌락의 공급이 끊어지는 순간 깊은 외로움을 직면하게 된다. 인생의 의미 없음은 우리가 추구하는 즐거움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모두 시도해 보더라도 인생의 참된 만족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여러분! 성생활을 즐기는 등 여러 가지 좋은 것을 하면 만족할 수 있던가요?’라는 실존적 질문을 던지며 삶의 공허함의 문제를 끄집어낸다.


라비 재커라이어스의 강연을 보면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여유는 바로 진리가 주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의 진리가 아닌 세상의 모든 신념은 논리적 일관성과 실증적 적합성, 그리고 경험적 타당성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세가지 필터링은 사람들의 질문 속에 있는 모순을 발견하기 좋은 구조다.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만 경험적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는 논리적인 말싸움으로 시간을 끌지 않고 경험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함으로 무신론의 모순을 드러낼 수 있다.


과학주의를 믿으며 인간에게 개인적 자유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지금 당신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렇게 프로그램화된 대로 작동하는 것입니까?”라고 묻는다.  책상에서 나온 그럴듯한 사상도 결국 경험적 타당성을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논리적 문제로 다투지 않고 경험적 타당성이 없음을 증명해 준다. 어떤 선과 악이라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사람에게도 “강도가 총구를 네 머리를 겨누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라고 말하면서 진리에 기초하지 않은 신념의 부실함에 도전하기도 한다.
 

② 사람을 존중하며 복음을 존중하라


TGC 편집자이며 RZIM의 강사로 활동하는 샘 알베리(Sam Allberry)는 재커라이어스를 추모하는 글에서 그에게 배운 것 중의 한 가지가 ‘질문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진리에 대해 질문하고 반박하는 사람들을 향해 공격적인 언사나 제스처를 사용하지 않는다. 항상 편안하게 대하고 그 사람의 질문보다는 말하는 그 사람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벧전 3:15)


베드로 사도는 우리에게 소망에 관해 이유를 묻는 사람에게 항상 대답할 말을 준비하라고 말하면서, 그 태도에 대해서는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라고 강조했다. 내가 진리를 가지고 있다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태도는 복음의 정신과 어울리지 않는다. 진리를 변증하는 사람의 특징은 온유함이어야 한다.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질문을 받을 때, 꼭 질문하는 사람의 이름을 묻는다. 단순히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 사람의 고민을 함께 고민하며 진리로 인도한다. 또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강의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자신을 만나고 갈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렇게 질문자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복음에 대해서도 타협하지 않는 균형감을 유지한다. 게다가 사람에 대해서는 온유함을, 그리고 하나님께 대해서는 경외심을 동시에 가진다.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자신의 사역을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질문하는 사람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복음의 존귀함도 타협하지 않습니다.”


라비 재커라이어스의 변증은 믿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무시하기보다는 복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 속에 있는 장애물을 치워주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복음의 확신을 갖도록 인도한다. 세상에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철학적, 실존적 질문들에 대해 기독교적 답변이 가장 합리적이고 설명가능하다는 것을 심어주기 때문에 불신자들에게는 복음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신자에게는 지적인 믿음의 확신을 심어준다. 특히 신자들의 마음에 그런 확신이 자리 잡게 되면 더욱 친절하고 온유하게 사람을 대할 수 있기에 변증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③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복음으로 초대한다


라비 재커라이어스의 변증은 무신론자의 모순을 드러내 하나님이 진리이심을 나타내는 것에만 목적이 있지 않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믿음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불신자들이 복음에 대해 오해하거나 모순된 생각을 하고 있음을 변증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한 다음, 그들을 복음으로 초대한다. 이 과정에서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이성이라는 논리로부터 감성이라는 마음에까지 호소하고 마지막 의지적 결단을 통해 그리스도께 나아오도록 요청한다.


그래서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논리적 변증으로만 끝내지 않고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해서 감정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인생’이라는 그의 저서는 ‘부처와 예수의 위대한 대화’라는 부제처럼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교의 가르침과 기독교의 가르침을 잘 설명하고, 그 내용을 상상을 통해 자극하는 방식으로 구성한 이유는 진리를 삶으로 적용하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어른이 되는 것이 대부분 천진난만한 아이 때의 유치함을 잃어버리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숭고한 아이다움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삶에서 경외심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매몰되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그 경외심을 회복할 때 믿음이 시작된다. 초자연적 경외심을 생각하지 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주의 세계관 안에서 거룩한 상상력을 자극하여 이 세상 실체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임을 느끼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경이로움’에 대해 “절대로 이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감성을 황홀하게 만드는 마음의 사로잡힘”이라 정의한다. 그래서 그는 변증 속에서 먼저 논리적 명제를 제시한 후에 비유적 표현을 통해 상상을 자극한다. “하나님이 전능하신데 이 땅에 왜 고난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중국 고사성어인 ‘새옹지마’(塞翁之馬) 이야기를 들려준다. 변방에 사는 한 노인이 기르던 말이 도망가 버려서 불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이 더 많은 야생마를 데리고 왔다. 그런데 그 말을 타던 아들이 낙마하여 부상을 입어 불행이라 낙담하고 있던 중에 오랑캐가 쳐들어와 젊은이들이 전쟁에 나가도록 징집령이 내려졌다. 마침 아들은 다리를 다친 덕분에 전쟁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인생이 불행한 건지 행복한 건지 지금의 상황만 보고 알 수 없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그는 이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당장 판단하는 모든 일들이 더 큰 세계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기독교가 진리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다른 점들을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한다. 그것은 단순한 논리적 설명을 넘어서 인간의 기원과 상황, 구원, 그리고 운명이라는 네 가지 영역을 일맥상통하게 제시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엔 그리스도를 만나서 변화된 사람들의 사례와 자신이 경험한 신앙 간증 그리고 죽으심과 부활에 대한 성경적 계시를 선포한다. 그는 복음이 가장 타당하며, 진실하며, 합리적임을 증명하면서 뜨거운 마음으로 그 영혼을 그리스도께로 초청하기에 이른다. 


3. 라비 재커라이어스를 추모하며


라비 재커라이어스! 냉철할 만큼 명확한 지성을 가졌지만 동시에 뜨거운 복음의 심장을 가진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우리가 어떤 확신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를 증명하며 살아온 삶의 모델이다. 필자가 팀 켈러의 변증에 관한 강의를 하던 중에 한 젊은 사역자로부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질문은 한국 교회에 변증을 잘 하시는 분을 알고 계시면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마무리 했던 것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에도 라비 재커라이어스처럼 어떤 현장에서든 무신론자들의 질문을 받고, 그 자리에서 명확하게 분석과 답변을 제시할 수 있는 기독교 변증가가 있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있었다.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그토록 그리던 예수님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그의 유산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제 그의 다음세대들이 그가 남긴 유산을 통해 더 나은 단계로 진보해 나아가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질문하는 사람의 존엄성을 지켜주면서도 복음의 존귀함을 타협하지 않고, 생각하는 사람은 믿게 만들고 또 믿는 사람은 생각하게 만들면서 복음의 아름다움을 드러내 온 라비 재커라이어스의 사역은 주님 오시는 날까지 이 시대 이 땅에서 계속 이어져 가야 할 것이다.


“라비 재커라이어스, 당신을 통해 복음이 얼마나 합리적이며 논리적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또 세상의 어떤 세계관도 우리 인생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없지만, 복음만이 유일한 삶의 해답임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남긴 유산을 이제 우리의 것으로 삼고 이 땅에 복음의 변증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당신을 우리에게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작가 고상섭

고상섭 목사는 영남신학대학교와 합동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그사랑교회를 개척해 섬기고 있다. ‘팀 켈러 연구가’로 알려져 있으며 CTC코리아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최근 공저한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 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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