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교회 이야기

간판도 예배당도 없지만 동네 사람들로 북적이는 교회

저자명 양승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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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고상섭 목사(그 사랑교회) /  출판사 세움북스 / 작성일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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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대한 소식들이 들려올 때마다 좋은 소식보다는 좋지 않은 소식들이 많았기 때문에 오늘날 신자로 살아가는 삶이 부끄러울 때가 종종 있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교회의 이야기가 드문 요즘에 <도서관 교회 이야기>를 만났다. 읽으면서 오래 전에 나왔던 ‘감자탕 교회 이야기’가 생각났다. 원래 이름이 서울광염교회이지만, 교회 간판보다 더 큰 감자탕집 간판 때문에 소위 ‘감자탕 교회’로 불렸던 교회였다. 초라한 모습의 셋방살이 교회지만 한국교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교회였고, 주변의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칭찬을 받는 교회였다. 2008년에 감자탕 교회가 있었다면 2022년은 도서관 교회가 있다. 


‘도서관 교회’라고 불리는 이 교회의 이름은 ‘다움교회’이다. 부제처럼 간판도 예배당도 없지만 동네 사람들로 북적이는 교회이다. 믿지 않은 동네 사람들에게 ‘도서관 교회’로 불리는 이 교회는 기존의 방식과는 좀 다른 특별한 은혜의 방식이 작동한다. 그래서 ‘도서관 교회’는 오늘 어려운 한국교회의 현실에 새로운 빛을 제시해준다. 


스팩이 아니라 스토리이다 


2010년 한창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회자될 무렵 유엔거버넌스센터 홍보 담당관이었던 김정태씨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책을 통해 남들과 비슷한 스펙을 쌓으려고 애쓰지 말고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라고 권유했다. 다른 사람의 무엇을 따라가기보다 하나님이 주신 자신의 고유한 오리진을 찾을 때 진정한 차별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다움교회’는 스토리로 가득 찬교회이다. 교회를 개척할 때 밟아야 할 기존의 스펙식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기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구축했다. 이것은 단순한 차별성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이 주신 고유한 오리진을 발견하고 적용한 상황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신앙은 하나님과 사연을 쌓아가는 것이다. 교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나님과 그 공동체만이 알 수 있는 은혜의 경험들과 사연들이 쌓여갈 때 교회는 은혜의 공동체로 성장하게 된다. 왜 ‘다움교회’는 ‘도서관 교회’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교회 안에 흐르는 세가지 스토리를 따라가보자


첫 번째 스토리 : 선교적 공동체 


한 때 ‘선교적 교회’, ‘미셔널 처치’ 등의 이름들이 자주 등장한 적이 있었다. 유행처럼 번졌던 선교적 교회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로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마이클 고힌은 <열방의 빛을>에서 미국교회에 난무하는 미셔널처치에 대한 혼동에 대해 ‘가서 모든 민족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에서 ‘가다’에 집중했기 때문에 미셔널 처이 운동이 방향을 잃어버렸다고 말하면서 선교적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제자가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교적 공동체는 가서 무엇을 하는 공동체이지만, 그보다 먼저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삶의 과정으로 선교적 헌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선교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은혜가 선교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움교회’는 교회의 존재 목적이 세 가지에 충실한 교회이다. 교회는 하나님을 위해 존재하고, 세상을 위해 그리고 교회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 하나님을 위해 예배하는 공동체라면, 교회 자신을 위해 양육하는 공동체, 그리고 세상을 위해서는 봉사하고 선교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제자훈련과 소그룹으로 탄탄한 기초를 가지고 있는 ‘다움교회’는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지역사회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지역사회에 가장 절실한 필요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지역에 초등학생들이 많았고, 그들에게 가장 큰 필요는 도서관이었기에 ‘영어도서관’을 통해 지역을 섬기고자 했다. 


아직 교회도 건물이 없이 학교 강당을 빌려쓰는 중이었지만,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을 먼저 마련한 것도 신선한 충격을 준다. 영어도서관을 시작한다고 선포했지만 아무것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오병이어의 기적을 이루신 예수님의 기적처럼, 손안에 있었던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예수님의 손에 드리니 5000명도 더 되는 사람들이 먹고도 남는 기적이 베풀어졌다. 단순히 시작한 영어도서관이었지만 지금은 더 확장되어 다문화 사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 선교는 타문화권으로 나가는 선교도 필요하지만 들어온 타문화권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선교가 더욱 필요할지모른다. 영어도서관으로 시작된 다문화사역은 하나님께서 선교적 공동체로 다움교회를 더욱 확장시켜 주시는 것 같다. 처음 시작한 도서관 사역이 8년이 지난 지금 다양한 영어도서관 프로그램과 맘스클럽등 믿지 않는 사람들이 복음의 빛을 듣는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 


두 번째 스토리 : 조각보 공동체 


바울은 교회를 가리켜 그리스도의 몸이라 말하고, 성도들은 각 몸의 지체들이라 말했다. 우리는 손가락 발가락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체임을 강조한다. ‘조각보’는 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을 가졌지만 그 조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통일성을 이루게 된다. 그처럼 ‘조각보 공동체’는 각기 다른 개성과 다양성을 가졌지만 그리스도의 몸으로 연합된 통일성을 가지는 공동체이다. 


“우리가 각자 좋아하는 색깔이 있듯이 삶의 모습 또한 제각기 다릅니다. 어떤 이는 빨강, 어떤 이는 핑크, 갈색, 회색, 검정,노랑,흰색등 하지만 수많은 색깔들은 어떤 색이 더 아름답고 덜 아름답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색깔의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운 조각보를 이룹니다...자신의 색깔을 한 단계 내려놓고 섬김을 실천할 때 비로소 예수님의 십자가가 드러나게 됩니다. 그럿이 바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조각보일 것입니다.” 


고린도교회는 은사가 많은 교회였다. 그러나 문제도 많은 교회였다. 은사가 성숙을 동반하지 않을 때 은사는 공동체의 덕이 아니라 해가될 때도 있다. 그래서 공동체에서 중요한 것은 성숙이다. 성숙이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복음적 겸손이 공동체의 연합을 이루게 된다.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세우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단순한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다움교회’는 이것을 향한 실천으로 ‘다움부’라는 장애인들을 위한 예배를 신설하고 섬기고 있다. 


개척초기 아직 많은 것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이지만 발달 장애 자녀를 둔 성도님들이 교회를 출석하고 있었고 이것이 양승언 목사의 마음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형교회도 아니고 개척 초기라 아직 많은 것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과 교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하나님은 더 선명하게 말씀하셨고, 연약한 자를 돌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개척한 지 1년만에 다움부를 위한 예배를 신설하게 되었다. ‘조각보 공동체’ 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 조각 한 조각의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다움부’로 열매를 맺은 것이다. 


세 번째 스토리 : 제자훈련 공동체 


선교적 교회와 조각보 공동체는 모두 한 영혼을 사랑하는 제자훈련 목회철학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가 그를 전파하여 각 사람을 권하고 모든 지혜로 각 사람을 가르침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려 함이니 이를 위하여 나도 내 속에서 능력으로 역사하시는 이의 역사를 따라 힘을 다하여 수고하노라” (골로새서 1:28–29, NKRV)

바울은 골로새서 1장 28-29절에서 자신의 목회의 방식이 ‘각 사람’ 즉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는 일에 성령님과 함께 힘을 다해 수고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양승언 목사는 제자훈련의 산실인 국제제자훈련원에서 13년동안 옥한흠 목사님과 함께 사역한 제자훈련 목회자이다. 그래서 제자훈련을 하나의 교회의 프로그램이나 양육 과정 정도로 생각하지 않고, 목회 뿌리이며 철학으로 삼고 있다. 


많은 성도들이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를 하고 섬기지만 때론 탈진을 경험하기도 하고 지치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헌신과 성장이 있으려면 반드시 은혜가 공급되어야 한다. 은혜는 순종을 낳고, 순종은 헌신의 열매를 맺는다. 다움교회가 다양한 사역을 할 수 있는 원천은 훈련 공동체로 하나님의 말씀을 통한 은혜를 공급받기 때문이다. 


새가족반, 양육, 제자훈련 사역훈련과 순장반(리더모임)까지 제자훈련 목회의 전과정을 충실히 행하기 때문에 많은 성도들이 소그룹 양육과 훈련을 통해 수많은 은혜의 간증들을 쏟아놓는다. 오늘날 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지만 <도서관 교회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교회가 말씀안에서 기본기에 충실하면,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복음의 견고함을 낳는다는 것을 배웠다. 기존교회와는 다른 새롭고 독특한 교회이지만 하나하나 깊이 들여다보면 하나도 새롭지 않은 성경의 기록된 교회의 모습을 닮으려고 애쓸 뿐이다. 


교회가 주변의 교회와는 다른 차별성에 집중하면 더욱 약해지지만, 내게 주신 소명에 가장 충실하면, 가장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에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마이클 프로스트는 <세상을 놀라게 하라>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사회 각 분야에 스며들어 궁금증을 유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복음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그리스도께로 인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마이클 프로스트가 말하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교회,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교회가 오늘날 한국에서 찾는다면 아마도 <도서관 교회>일 것이다. 


제자훈련으로 건강한 소그룹을 이룰 때, 진정한 선교적 공동체가 된다는 것을 <도서관 교회이야기>를 통해 잘 보여준다. 


교회는 세상으로 부름받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또한 세상으로 보내심을 받은 그리스도의 제자임을 가장 명확하게 웅변하는 교회가 여기에 있다. 교회가 손가락질을 받는 이 시대에 감동을 주는 교회를 찾는다면 자랑스럽게 여기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간판도 예배당도 없지만 동네 사람들로 북적이는 교회, 이것이 진정한 교회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