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칼럼 - 나에게 있음을 

오늘은 빨간 망토와 늑대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볼까 합니다. 늑대의 공격 이후 첫 번째 빨간 망토는 늑대와 비슷한 동물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면 또다시 두려움을 느끼고 자신을 보호하려 합니다. 아니면 이 세상은 너무 위험한 곳이라 자신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늑대라 생각해 외부와 단절한 채 스스로 고립을 선택합니다. 

작은 소리 하나도 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인식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전투태세를 동원합니다. 문제 상황에 적절한 대처방식이 아님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늘 자신에게만 벌어지는 상황에 분노합니다. 과거 해결되지 못한 상처로 인해 생긴 복잡한 감정들은 자신을 더 괴롭히며 아주 사소한 상황에 갑자기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게 됩니다. 타인에게 또 다른 늑대가 되어 그들을 당황시키고, 힘들게 합니다. 

늘 즐거움과 놀이 공간으로 허용되었던 숲속은 불안과 두려움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그곳은 안전하지 못하며 절대 가면 안 될 곳이 되었습니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은 어떤 일들을 선택도, 적응도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과거 상처로 너무 작아진 빨간 망토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분노로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때 그곳을 가지 말았어야 해.”

“그때 엄마는 나를 그곳에 보내지 말았어야 해.”

“그때 사냥꾼은 나를 더 빨리 찾았어야 해.”

“ 그때 그 일로 나는….”

늑대의 공격 이후 두 번째 빨간 망토는 자신을 도와준 주변인들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 기꺼이 도와준 사냥꾼을 통해 또 다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사소한 일들도 감사한 순간이 되고, 당연하게 여겼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은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경험으로 빨간 망토는 자신처럼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타인과 상처를 공유하고 나눔으로써 자신과 그들을 회복시킵니다. 가끔 문제 상황이 발생하지만 과거와 동일한 문제가 아님을 분리시키고, 자신의 능력과 타인의 도움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해결합니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불안과 두려움의 공간이 된 숲속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계획합니다. 나와 타인의 안전한 공간을 위해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합니다. 그곳에서는 하루하루가 감사와 행복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이유는 어려운 상황일 때와 동일하게 많은 사람이 빨간 망토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상 후 성장을 통해 빨간 망토는 이전보다 삶에 더 만족합니다. 위기상황에 대해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어서 삶에 대한 유연성과 만족감이 더 커졌습니다. 빨간 망토는 더 이상 그때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빨간 망토는 오늘과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 집중하고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슬픔은 새해가 돼도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나는 변화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놓지 않고 잡아주신 그 순간을 기억하며,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슬픔만큼 감사와 은혜의 시간도 있음을….

혼자 울부짖는 기도가 아닌 중보기도로 함께하는 이들이 있음을, 왜 나에게만이 아닌 모두가 나와 같은 아픔이 있음을, 내 앞길의 막막함이 아닌 주께서 예비하고 계신 단단한 길이 있음을, 절망과 두려움의 세상이 아닌 감사와 은혜가 넘치는 세상이 있음을, 

나는 _________________없는 것이 아니라 _________________있음을

나에게 _________________없는 것이 아니라 _________________있음을

나와 가족에게 _________________없는 것이 아니라 _________________있음을

나의 마음에 _____________없는 것이 아니라 ___________있음을 알게 하심을 감사드리며. 

작성자 : 오선미 소장 (한 예술치료교육연구소)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