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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터치 & 큐티

조커

4월 14일 와플 QT_주말칼럼

2024-04-14
주말칼럼 - 조커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조커>는 ‘토드 필립스’ 감독의 범죄 스릴러 영화로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맡아 연기했습니다. DC 코믹스 캐릭터인 조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화는 제76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조커가 등장하는 영화는 보통 베트맨이 등장하며 비슷한 비중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하지만 영화 조커는 1980년대 고담을 배경으로 조커의 기원에 대해 다루기에 영화에서 배트맨의 비중은 아주 낮습니다. 주인공은 조커를 모티브로 창조한 별개의 인물에 가깝습니다. 조커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절륜한 연기가 돋보인 작품으로 미디어의 여러 분야에 영향을 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80년대 초반 어려운 경기와 환경공무원들의 파업으로 인해 고담시는 점점 황폐해갑니다.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아서 플렉은 광대를 생업으로 하지만 비참한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광대 분장을 하고 한 가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일하던 중 길거리의 소년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고, 동료가 호신용으로 준 총을 소지하고 어린이 병원에서 일하다가 총을 떨어뜨려 실직하고 맙니다. 그는 쓸쓸히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을 총으로 쏘며 그 안에 있는 다른 자아가 눈을 뜨게 되지요.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던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했고, 그 영상이 화제가 되어 자신이 동경하던 토크쇼에 출연하게 됩니다. 영화의 말미는 토크쇼에 출연하게 된 그가 자기 안에 있던 또 다른 자아 조커로 완전하게 변한 것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인간이 자신의 갈망을 통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영화 전체를 통해 존재감이 없던 아서가 처참한 현실 속에 처한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깨트리고, 고담시 전체를 뒤엎어버리는 엄청난 존재감의 빌런으로 변해갑니다. 인간은 모두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위해서 삽니다. 그 존재적 가치가 낮다고 여길 때 열등감을, 높다고 여길 때 우월감을 느끼죠. 열등감과 우월감은 둘 다 선하지 못합니다. 자신을 비하하든지 타인을 비하하는 방식이니까요. 이 과정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존재적 가치를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혹은 권력이나 성과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세우려고 하죠. 그러다 부족하면 열등감을 느끼고, 무언가 이루고 남보다 낫다고 생각하면 우월감을 느끼게 됩니다. 


아서 플렉은 영화에서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확인하는 도구로 삼았던 것들을 하나씩 잃게 됩니다. 타인을 즐겁게 하기에 좋아했던 광대라는 직업,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엄마, 시장 후보이자 자신의 생부라고 믿었던 토마스 웨인 등 떠나보내거나 잃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유능한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지만, 웃기지 못하는 코미디언이었죠. 더 이상 향할 곳이 없기에 그는 존재적 가치를 다른 영역 곧 빌런이 되는 것에서 찾게 됩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세상에서 찾는 존재적 가치를 주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걸 원하며 하나님을 찾지만, 하나님은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주는 그런 방식의 존재적 가치를 주시는 분이 아니시죠. 대신 우리의 존재적 가치는 오롯이 하나님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기에 세상이 말하는 존재적 가치는 무가치한 것이 됩니다. 은혜를 경험할 때 우리는 세상에서 붙들었던 존재적 가치들이 다 헛된 것임을 깨닫게 되는 거지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성난 군중들은 차에 치인 조커를 들어 움직입니다. 마치 자신들의 욕망을 분출케 하는 매개체와 같은 그를 구속자처럼 여기죠. 우리에겐 다른 구속자가 있습니다. 우리의 욕망을 분출케 하는 구속자가 아닌 그 욕망을 잠재우고 바른길로 이끄시는 분, 우리의 욕망으로 인한 죗값을 치르기 위해 십자가로 향하신 어린양 되신 분이시죠.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의 존재적 가치를 오늘도 그분에게서 찾습니다. 





작성자 : 김선의 목사 (가까운교회)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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