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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터치 & 큐티

와플 QT_삶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
2021-10-02


주말칼럼_삶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 _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읽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나를 지키는 것이다


매일 같이 가족상담소에서 8세 꼬마부터 80세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의 문제를 대면합니다.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의 문제, 부부갈등의 문제, 인간관계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나갈 때 가장 먼저 조언하는 것은 자신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약용은 성균관 유생 시절부터 그의 천재성을 눈여겨본 정조의 총애를 받아 과거에 급제한 후 40세에 병조참의라는 높은 벼슬을 받아 승승장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조선이 낳은 천재라고 불렸던 정약용은 화려했던 자신의 과거를 가리켜 나를 잃어버린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조 사후 노론에게 몰려 귀양을 가게 되었는데 18년간의 유배지 생활이 오히려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나를 찾았을 때 삶의 희로애락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나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를 찾을 때 세상을 초월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즐거움에 취하는 것도 괴로움에 흔들리는 것도 모두 자신을 잃는 일입니다. 바탕이 단단한 사람은 기쁨과 슬픔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나를 찾았을 때 밤 한 톨 뺏기지 않으려고 쫓겨 다니며 여러 개의 송곳날에 배가 찔린 듯, 방망이로 가슴을 얻어맞은 듯 절박하여 금시라도 죽어갈 것 같은 새처럼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를 찾았을 때 중용이 가능케 된다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은 중용의 자리에 있는 힘입니다. 곧은 자는 온화함이 부족하고 너그러운 자는 엄숙함이 모자라니 한 곳에 치우침이 없는 삶은 나를 잃지 않는 삶일 것입니다. 


나를 찾았을 때 다른 시선으로 삶을 볼 수 있다 


나를 찾았을 때 역경 중에서도 다른 시선으로 자기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습니다. 내 삶에 닥친 불행은 그 자체가 비극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인지하며, 어떻게 기술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자신을 찾은 사람은 오히려 뜨거운 가마 속에서 오래 구워진 다음에야 그 고운 빛을 발하는 도자기처럼 ‘대인춘풍 지기추상’의 삶을 살아낼 수 있습니다.


나를 찾았을 때 순간적인 쾌락이 아니라 여운이 긴 즐거움을 찾아갈 수 있다


나를 찾았을 때 순간적인 쾌락이 아니라 여운이 긴 즐거움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여운이 긴 즐거움이란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데서 오는 자기만족의 즐거움과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을 돕는 데서 오는 즐거움입니다. 이 두 가지 즐거움과 기쁨은 자신을 찾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습니다.


공부의 힘으로 나를 찾아가고 일상에 갇히지 않고 매일 새롭게 살아갈 수 있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의 저자 조윤제는 일상은 익숙함에 길들어져 있는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미로이지만, 공부는 일상에 갇히지 않도록 매일 나를 새롭게 하는 힘이 있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공부는 드러내기 위하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서기 위함입니다. 바르게 선 사람은 골밀도 높은 넓적다리로 자신이 서 있는 그곳에 견고히 뿌리를 내리며 응집하는 자아로 설 수 있기에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일상의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자신을 찾아갈 수 있다


또한 공부는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 이상에서 실천까지 그 멀고 먼 여행의 거리를 좁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노학자 김형석은 그의 백 세 인생의 지혜를 구하러 온 운집한 군중에게 초성으로 공부하라고 말씀하셨던 것은 아닐까요?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자신의 책상 정리부터 시작하라. 온 세상을 사랑하려면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사랑하라. 그렇지 못하면 병든 지식인이 되는 것이다. 실천한 딱 그만큼만 자신의 이론이 되고 자신의 신념이 되는 것이다. 높이 오르고 싶다면 일상의 바닥에서부터 한 걸음씩 올라가라” 하는 말씀은 MRA 검사처럼 나의 마음의 질병을 점검해 주고 있습니다.


인생은 고난으로 판가름 나지 않고 고난을 통해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다


인생은 고난으로 판가름 나지 않습니다. 고난을 통해 오히려 잃어버린 나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잔잔한 바다는 결코 노련한 사공을 만들 수 없듯이 혹독한 비바람만이 나를 깨어 있게 만들 것입니다.


나를 찾는 여행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여행입니다. 삶의 이유를 찾고 삶의 방향을 바르게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는 나를 찾는 여행이고, 그 여정은 이미 시작 되었습니다.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르게 생각하고, 내가 이 땅에 서 있는 이유를 발견하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 엄정희 교수(연합가족상담연구소 소장, <Dr. Duck 결혼예비학교>진행)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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