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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교회에서도 아기 울음이 사라지고 있는데…

저출산 시대의 교회

by 이춘성2023-11-08

최근 셋째를 출산하고 여러 교회에 가서 특강과 설교를 하면서 출산 소식을 전하면 사람들이 내게 박수를 보내 준다. 노산(내 나이는 47, 아내의 나이는 46, 첫째는 고2, 둘째는 중2)이고 셋째라는 말에 격려해 주는 의미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리라. 또 심각한 저출산의 시대에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이런 반응이 어색하기만 하다.  


아이를 낳고 며칠 후에 서울의 어느 대형 교회에 가서 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을 했다. 강의 시작 한 시간 전에 담당 장로님을 만나 차담을 잠시 나누면서, 늦은 나이에 셋째가 태어났다고 말했다. 매우 기뻐하시면서 요즘 청년들의 비혼, 신혼부부들의 딩크족 등의 이야기를 하시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하면서 나의 동의를 구하였다. 그래서 난 “교회가 문제입니다”는 첫 문장으로 내 말을 이어 나갔다.


“장로님. 제 생각에, 저출산의 가장 큰 문제는 교회입니다. 남을 욕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먼저 돌아보아야 합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창조 명령(창1:28)을 믿는 우리가 그 말씀대로 교회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교회 직원과 사역자들에게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이 있는 교회가 얼마나 될까요? 다행히 대형교회에는 교회 직원들, 특히 여자 직원들에게는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극히 일부이지만요. 그리고 그것도 사역자들에게는 예외입니다. 남자 사역자들이 출산 휴가와 휴직을 사용한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일반 직장은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기에 그럴 수 있지요. 그러나 교회는 가치와 성경을 믿고 따르면서 이를 보여 주고 교회의 성도들이나 세상을 향해 성경의 가치의 위대함과 탁월함을 보여 주어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가정사역, 어머니 기도회, 부부 세미나, 자녀 교육 세미나 등. 오늘도 저를 부르셔서 이런 강의를 부모들에게 하고 있지만, 사실 교회의 목사와 전도사, 직원들은 이렇게 실천할 시간도 여유도 없습니다. 정작 목사들은 아이가 태어나도 아이를 신앙으로 돌볼 시간이 없지요. 사모들은 방치당하고…. 이런 상황을 교회를 위한 희생이라고 말하고 포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목사들이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거룩하게 기르라고 설교하고 가르치면 누가 듣고 따르겠나요? 저는 청년 사역을 오랜 시간 했는데, 이런 위선을 보면서 결혼하고 딩크족으로 살겠다는 청년들에게 할 말이 없었습니다. 장로님, 장로님의 교회가 먼저 사역자들의 출산 휴가, 육아 휴직을 추진해 주세요. 이런 유명한 교회가 이를 추진하면 다른 교회도 배우고 따르겠지요.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진지하게 내 말을 듣던 장로님은 자신이 당회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보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옆에 있던 사역자는 당회의 분위기는 지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지금 있는 사역자도 줄이려 한다고 귓속말로 알려 주었다. 교회도 나름 여러 고민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교회의 아이들이 없다. 새신자 전도도 문제이지만, 교회 안에 신혼부부도 적고, 결혼한 부부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지방에서는 장례식과 병원 심방은 많지만, 산모 심방과 유아 세례는 일 년에 몇 차례 기회가 없다고 한다. 개선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여전히 교회의 구조와 시스템이 사역자들이 아이를 많이 낳으면 사역을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이런 환경에서 다자녀를 두고 어렵게 생활하며 성도들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믿음이 위대하고 감사할 뿐이다.


끝으로 교회와 대기업을 비교하는 분들이 있다. 대기업처럼, 삼성처럼 일하라고 사역자들에게 요구하는 목사도, 장로도, 집사도 있다. 하지만 가치를 위해 일하는 직업은 그렇게 일해서는 안 된다. 이는 이미 수천 년 전 그리스인도 알았던 지혜다. 학자라는 뜻의 영어 단어 스콜라(scholar)는 그리스어 스콜레(σχολή)에서 온 단어이다. 스콜레는 레저(leisure), 여가(free time)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리스의 철학자와 정치가들의 일은 스콜레의 일이었다. 이들은 정신없이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은 가치와 철학, 깊이 있는 영적 삶을 추구할 수 없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먹고 살기 위한 일에서 여유로운 사람들, 즉 스콜라들이 가치를 고민하고, 정신없이 일하는 사람들과 이 가치를 공유하는 것, 그것이 그리스의 정치였다. 오늘날 교회의 문제는 이런 스콜라적 목사가 극소수라는 점이다. 모두 삼성, 현대 등의 대기업보다 더 일하는 목사들만 원한다면, 교회는 미래가 없다. 결코 성경의 가치를 성도들에게, 세상에 전할 수 없다. 가치를 가르치거나 살 수 없는 교회에는 위선만 가득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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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춘성

이춘성 목사는 20-30대 대부분을 한국 라브리(L'Abri) 간사와 국제 라브리 회원으로 공동체를 찾은 손님들을 대접하는 환대 사역과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쳤다. 현재 분당우리교회 협동목사,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KICE) 사무국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