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칼럼_작은 우산
연신 비가 내리는데, 차 한 잔으로 넉넉한 커피숍. 쇼윈도 밖으로 연인들이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군요. 이만치에서 보면 남과 여 중 누가 더 서로를 사랑하는지 우산 밖 한쪽 젖은 어깨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빗줄기는 몰아치는데, 우산은 두 사람을 다 가릴 수 없도록 작으니, 더 사랑하는 사람이 한쪽 어깨를 더 많이 빗줄기에 내어주겠지요.
코로나의 거센 비바람이 불어오는데, 우리가 같이 써야 할 우산이 슬프게도 작네요. 조금 더 사랑하는 사람이 조금 더 어깨를 내어주어야겠습니다. 앙드레 지드의 소설 『좁은 문』에 이런 구절이 나오더군요. “천국 가는 십자가의 길은 어찌나 좁은지 둘이서도 나란히 갈 수 없는 길”이라고….
저는 다른 생각도 해봅니다. 그 구원의 길은 또한 이웃과 어깨를 나란히 해 걷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이 아닐까?
커피 향은 피어오르고, 쇼윈도 밖은 장맛비가 굵어졌네요. 한 우산 속 청년이 빗줄기에 제 어깨를 다 내어주며 여자와 걷고 있네요. 그리고 여자를 그윽이 바라보며 비 젖은 사랑의 눈빛으로 말하는 듯하네요. 빗방울을 맞아도 아파할 내 사람아!
작성자 : 이창훈 목사(목양침례교회, 작가)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