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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터치 & 큐티

사랑이신 하나님

7월 3일 와플 QT_주말칼럼

2022-07-03

주말칼럼_사랑이신 하나님

  

사진을 촬영하러 이스라엘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텔아비브로 향하는 비행기가 출발하는 공

항에서는 이미 소지품 검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군인이 다시 모든 소지품을 검사했

습니다. 예정된 출발시각이 이미 지났는데도 검사는 계속되었습니다. 참다못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도 개의치 않고 한 사람 한 사람 얼마나 철저히 검사하는지 불평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는 요르단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출입국 담당 공무원이 아닌 무장한 군인들이 기관총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은 상태에서 줄을 선 현지 요르단 사람들이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협하는 분위기에서 심사합니다. 살벌하다는 표현이 어울렸습니다. 한국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우리 가족에게는 친절하고 신속하게 국경을 통과시켜 주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땡볕에 쇠기둥과 철조망을 통해서만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농장서 재배한 채소를 아랍국으로 운반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트럭들은 쇠틀에 바퀴가 붙어있고 엔진이 훤히 보이는 기괴한 모습입니다. 심지어 엔진과 기름통까지 드러낸 상태인데도 차마다 거울로 바닥을 비춰보며 실오라기 하나까지도 조사합니다. 거기다 섭씨 40도의 이글거리는 태양과 메마른 땅과 돌들은 아지랑이가 보일 만큼 달궈져 있습니다. 바람이 조금만 일어도 카키색 먼지가 날립니다. 아주 간간이 나무나 마른 풀이 보일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님은 밭과 씨를 비유로 얘기하십니다.


주님이 말씀을 우리 마음 밭에 뿌리십니다. 돌들로 가득한 밭의 씨는 뿌리를 내리지 못해 말라 죽고, 이미 세상으로부터 날아온 온갖 씨들로 가득한 밭에는 정작 하나님의 말씀이 자라지 못합니다. 씨가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을 세상의 온갖 잡다한 씨들이 가져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발자국으로 단단해진 길에 떨어진 씨들도 매한가지라고 예수님이 비유하십니다. 그러나 옥토에 떨어진 씨앗은 풍요로운 열매를 맺게 됩니다. 여기서 정작 중요한 것은 밭이 아니라 씨이지만, 하나님은 씨가 잘 자라 좋은 열매를 맺거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역할이 밭이라고 추켜세우시며 씨와 동등한 자격을 주십니다. 하나님은 ‘아름다운 꽃밭’ 또는 ‘풍성한 포도밭’이라 부르십니다. 밭을 씨와 동일하게 취급해주십니다. 아무리 그래도 생각해 보면 밭보다 씨입니다. 힘들게 날아온 씨가 옥토에 떨어져 신선한 바람과 빛을 쪼이고, 비를 받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음에도 가만히 있었던 밭에 하나님은 방점을 찍어 주십니다.


여기서 궁극적인 씨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밭인 우리가 이 귀한 씨를 알아보고, 돌을 걸러내고, 가시가 있는 나쁜 나무들을 미리 뽑아내기만 한다면 하나님은 우리를 꽃밭이고 풍성한 포도밭이라고 불러 주십니다. 그리고 이 호칭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우리에게 돌려주실 뿐 아니라 그 귀한 하나님의 일에 참여시켜 주십니다.


좋은 밭이기만 하다면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열매가 맺히는 하나님의 씨와 함께 일을 하게 됩니다. 더구나 하나님의 영광과 사랑에 동참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마치 밭이 없으면 씨가 자랄 수가 없기라도 하다는 듯이 함께 일하자고 하십니다. 그리고 모든 공로는 밭에 돌려주십니다. 좋은 밭이 된다는 것도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우리가 아직 하나님을 모를 때 오히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고 있을 때, 그분이 하신 일입니다. 뭐하나 세울 게 없을 때, 소위 세상에서 그래서 뭐 어쩔 건데? 하면서 막무가내로 달려들 때, 무식해서 용기가 하늘을 찌를 때, 그때도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일하고 계십니다. 오늘도 다르지 않습니다. 약한 우리를 주님은 사랑하십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성품을 잘 파악한 초기 기독교 학자인 막시무스 콘페소르가 ‘신학, 하나님의 경륜, 덕과 악덕에 관한 본문 207번’에 남긴 기록입니다.


“하나님의 무한하신 선을 의식하려면 하나님께 선물을 드리라고 권면합니다. 하나님은 마치 이미 우리에게 주신 것은 전혀 없으며, 완전히 우리 자신이 드리는 선물인 듯이 우리가 드리는 것을 받으십니다. 이리하여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무한한 선하심이 분명해집니다. 실질적으로 하나님의 것을 우리가 하나님께 바칠 때, 하나님은 마치 그것이 우리의 것인 듯이 받으시며, 그것이 하나님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자신을 우리에게 빚진 자로 만드십니다.” 


씨앗이 맺은 열매를 우리의 공로로 돌리시는 그런 하나님이십니다.




작성자 : 함철훈(사진작가)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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