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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터치 & 큐티

와플 QT_하나님, 좀 놀라셨죠?
2021-08-21


주말칼럼_하나님, 좀 놀라셨죠?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중학교 동창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잘 있었냐? 별일 없지?”


그냥 안부를 묻는 인사를 꽤 오래 하는 겁니다. 제 아내와 아들 안부까지 묻더니, 제 건강까지 묻습니다. 아침저녁 간단히 운동하는 방법과 식생활 비법까지 권고해 주었습니다. 통화가 길어지고 있기에, 혹시 이 친구가 본론으로 들어갈 타이밍을 놓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걸려오는 전화는 대부분 변호사인 저에게 법률문제에 관해서 상담하기 위한 것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혹시 나한테 물어보거나 부탁할 건 없냐?”


친구가 대답했습니다. “그냥 한 거야. 갑자기 네가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로부터 듣는 이야기 중에, 이보다 더 감격스러운 이야기가 있을까요. 눈물이 찔끔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그 후부터, 저도 역시 그냥, 아무 목적도 없이 내가 좋아하는 친구나 이웃에게 전화하기를 가끔씩이나마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컴퓨터에 제가 아는 사람들의 생일이나 특별한 날을 입력해놓고, 그날이 되면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냅니다. 그렇게 간단한 일만으로 사람들은 감동하고 좋아합니다.


이제는 좀 한가할 때마다 휴대폰의 전화번호부를 뒤지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최근 몇 년간, 친한 친구 몇 명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부터는 더욱 그렇게 되었습니다. 전화번호부를 뒤지다가, 오랫동안 연락 없었던 사람이 발견되면 지체 없이 전화를 합니다. 제 전화를 받은 그 사람이 놀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또한 참 즐겁습니다.


언제 헤어질지도 모르는 우리들의 삶 속에서 누군가를 그렇게라도 가끔씩 만나는 즐거움. 어떠한 목적도 가지지 말고, 그냥 그들에 대한 그리움이나 좋은 감정만을 떠올리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 그것도 요즘 사람들이 종종 이야기하는 “소확행” 중의 하나가 아닐까요.


그러다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하나님을 찾는 것도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국한되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하구요. 아프거나, 시험을 앞두었거나, 무엇인가가 잘되지 않아 그 해결을 구할 때, 그때에야 비로소 하나님을 찾아 그 해결을 구하는 것이 저의 신앙생활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 어려움이 없고, 심지어 특별히 감사할 이유조차 없을 때도, 그냥 좋기 때문에 하나님을 만나고 싶어 기도하는 그런 관계를 맺어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 하나님이 그저 좋아서 기도하는 거예요. 좀 놀라셨죠?”


이런 기도 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이웃과 하나님을 즐겁게 감동시키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을 살아보아야겠습니다.




작성자 : 최형구 목사(보리떡교회)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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